【 묘비명 쓰기의 날 】 2024.04.06-2024.04.13

영원을 약속하고 싶은, 영원을 이미 약속한 사람과 함께하기 좋은 시간이 준비되었습니다. 

마포구 염리동에는 ‘녹기 전에’라는 신비로운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습니다. 

시간을 사랑하는 브랜드이자, 매일 다른 메뉴로 부지런한 시간을 파는 곳이지요. 

이곳에서 오늘부터 일주일 간 <묘비명 쓰기의 날>이 이어집니다. 아크룸의 심지도 함께합니다. 

마음를 담는 편지가 이곳에서 만큼은 단단한 묘비명으로 쓰여집니다. 심지는 이렇게 시간이 흐를 수록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더욱 견고해집니다. 


노년의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기에 죽음은 미리 준비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일년에 한 번 죽음을 기억하며 삶에 감사할 때 보이지 않았던 선물들이 보일 것입니다. 

묘비명 쓰기는 어려운 죽음을 쉽게, 무서운 죽음을 재미있게, 허무한 죽음을 의미있게 바뀌는 근사한 시간입니다.


모든 삶은 결국 죽음으로 향해가는 여정이기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곧 삶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추상적으로나마 죽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내 삶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두 마디로 나타내기 위해 고민해보는 것은 

분명 지금의 삶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리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4월 6일, ‘묘비명 쓰기의 날(PYOED, Plan Your Own Epitaph Day)인 

오늘부터 한 주간 내 삶을 표현하는 가장 마지막 수단, 자신의 애틋한 ‘묘비명 쓰기 및 전시’에 참여할 분들을 모집합니다. 


<묘비명 쓰기의 날>

우선 이 행사를 위해 아름다운 편지지 ‘심지’를 만드는 아크룸과

생의 마지막 표현을 도와줄 도구로서 베스트펜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참여 방식 : 자신만의 묘비명 작성 및 전시 (4월 6일 - 4월 13일)

➊ 참가자들은 아크룸의 심지를 구매하고 베스트펜에서 준비한 펜으로 자신만의 묘비명을 작성합니다.

➋ 작성된 묘비명은 참여 기간인 4월 13일까지 매장에 전시됩니다.

➌ 전시 종료 후, 묘비명을 편지 봉투에 담아 메시지 카드와 함께 참가자분들께 돌려드립니다.


🪦일주일간 준비된 특별 메뉴 : ‘굿바이 키세스(Goodbye Kissess)’

‘굿바이 키세스’는 미국의 한 동물병원에서 안락사를 앞둔 개들에게 마지막 간식을 주기 위해 준비한 초콜릿 단지의 이름입니다. 

콜릿은 원래 반려견에게는 금기 음식이지만, 단지에  적힌 ‘안락사를 앞둔 강아지들을 위해 마련됐습니다. 

천국에 가기 전에 초콜렛을 못 먹어본 강아지는 없어야 하니까요.’라는 문구처럼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위한 배려로 마련되었는데요. 

이 내용이 온라인에 공유되며 많은 사람들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이를 오마주하여 사람이 먹는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상정하고 준비했습니다.


소중한 나의 묘비는 쉽게 휘갈기듯 쓰는 볼펜이나 쉽게 지워지고 다시 쓰는 연필이 아닌 만년필로 쓸 것을 권해드립니다.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나의 마지막을 정비하는 마음으로 잉크를 채우고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천천히 써내려가다 보면, 

내 손 끝에서 피어나는 정성스러움에서 오는 감동과 뭉클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빠르게 사라지고 잊혀지는 

이 시대에 꾹꾹 눌러 오롯하게 써내려간 묘비명은 꽤 귀한 마음으로 남을 겁니다.


어떤 묘비명은 사뭇 진지하고, 또 어떤 묘비명은 생의 마지막 말이라고 하기에 미안할 만큼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 커다란 갭이 의미하는 바는, 생의 매듭을 문자로 장식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는 것에 있는데요.


생명의 근원과도 같은 봄날, 여러분도 삶의 끝을 깊이 숙고하시어 참여하셔서 삶을 보다 튼튼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