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아카이브는 2021년4월15일부터 100일간
인스타그램 @arcroom.kr 과 @2aarrr을 오가며
기억해야 할 것을 기록하는 챌린지입니다.
주로 삶과 죽음,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남깁니다.
내 삶의 죽음은 7년 전 오늘 첫 단추를 꿰었다. 세월호가 뉴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소식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 졸이며 눈물로 기도했다.
매주 가는 광화문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보석처럼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항상 빛나고 있었다. 그곳을 지날 때면 희한하게 편안해졌다.
작년 말 본격적으로 삶과 죽음을 주제로 일하기 위해 두번째 단추를 채웠다. 죽음 준비 지도자 과정을 공부하며 각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일하신 선생님들과 만났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지금 당장 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업을 들을수록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확신이 물들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단어에 갇힌 나 자신과 이 세상이 보였다.
모든 사람에게 준비된 ‘삶과 죽음’을 피하지 않고 선물로 받는 방법을 나누기 위해 오늘은 ‘실과 종이’로 심지를 만든다.
2021년 4월 14일, 같은 소명을 받은 동료를 만났다. 이제 함께 세 번째 단추를 채운다. 100일 동안 매일 기록하는 챌린지를 시작했다.
2021년 4월 15일
우리한테는요, 이 오늘 하루가 이 세상 첫 날이고, 이 세상 마지막 날이에요.
- 유퀴즈 102화, 나태주 시인.
초나 컵을 받쳐주기도 하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담아주는 심기입니다. 심지와 심기. 이름은 비슷하지만 각자의 선명한 역할이 있어요. 우리들처럼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첫 날을 보내셨나요?
2021년 4월 16일
아크룸에서는 7년전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세상에 하나뿐인 심지를 만들었어요.
“삶과 죽음에 대해서 너무 분리하려는 우리나라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참사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국가가 구할 수 있는 304명이 사회적 참사로 희생됐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그 304명이 주고 간 교훈을 304명 없이 교훈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온전하지 못한 추모의 형태거든요.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본인들로 인해 세상이 바뀐다고 하면 헛된 죽음은 아니잖아요. 슬퍼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기억해달라고 하는 거에요.” -닷페이스 [50년 후 우리는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을까] 유투브 영상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2021년 4월 17일
여러분이 요즘 듣는 음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아크룸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아크룸플레이리스트를 시작해보려고요. 귀로만 담아내기에 아쉬운 가사를 심기에 필사하며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첫 번째 곡은 개코&권진아의 <마음이 그래>입니다.
“마음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 가만히 가라앉아있던 마음을 꺼내 보지 않으면 우리도 우리 마음을 속이면서 사니까”
2021년 4월 18일
장난기 가득한 눈빛, 새까만 머리카락, 새하얀 가디건,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 나에게는 그녀가 천사로 보인다. 엄마를 향한 마음의 온도는 다들 비슷했는지 몇 년 전 텀블러에 쓴 글이 453회 리블로그 되어있었다. 삶을 선물해 준 그녀에게 나는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 오래 고민하고 싶은 질문을 만났다.
2021년 4월 19일
아크룸 플레이리스트 두번째 곡은 ANDN(앤든)의 <나의 이름을>입니다. 아크룸이 공감하는 음악을 소개합니다. 귀로만 듣기 아쉬운 가사를 심기에 필사하며 더 소중히 감상합니다.
“나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부지런히 나의 진실을 적어둔다. 사랑과 미움, 권태와 긴장 나의 모든 것 속에 그 이름을. 나를 찾기 위해 확인하기 위해 육신의 곳곳과 초월하는 안팎에도.”
<나의 이름을>은 우리가 나온 시간과 완성을 향한 출발, 삶에 대한 찬사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에게 보내는 안부를 아울러 담은 첫 EP [FROM.]의 첫번째 곡입니다.
2021년 4월 20일
심지를 만들게 된 첫 번째 이유, 심지 카드를 만드는 과정과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가 버무려진 영상이 있어요. Youtube에 [이별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는 방법]을 검색하시거나, 프로필 링크를 타고 ABOUT에 들어가셔도 보실 수 있어요.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연결되는 (서로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4월 21일
오랜만에 긴 산책을 했다. 일과 일상이 뒤섞인 시간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였다. 양재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았고, 성수에서는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전혀 다른 일로 만났지만 깨달음은 같았다. 몸의 배터리가 달을 수록 마음의 배터리는 충전됐다.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괜찮은 하루였다. 내일이 기대되는 밤이 7일째 이어진다.
2021년 4월 22일
Arc room 아크룸의 첫번째 뜻인 Ark는 방주이자 집이었어요. 무려 377일 동안 방주에 있었으니 1년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된 완전한 공간이지요!
아크룸은 이 방주에서 영감을 받아 삶과 죽음이라는 한 공간에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있어요. 여기서의 공간은 온오프라인을 넘어 우리가 나누는 교제(fellowship)를 뜻해요.
지구의 날인 4월 22일을 보내면서 우리가 지구에게 받는 사랑을 떠올려봤어요. 보이지 않은 공기부터 따스한 햇빛, 친구가 되어주는 동식물 등. 크고 작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지구가 준 삶(사랑)이었어요. 이제는 지구의 죽음(희생)에 감사함을 전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요. 아크룸도 지구와 사람 모두에게 실천하는 사랑을 할게요. 오늘도 함께해줘서 고맙습니다🤍